MMORPG 게임은 행위자가 많고 종류도 여럿이다 보니 밸런스 패치가 매번 논란이 되는 걸 본다. 게임 경제가 흘러가는 걸 보면서 잘 조정해나가면 운영을 잘 하는 거라고 하는데,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사람이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더러는 게임 서버 자체에서 시뮬레이션을 여러 차례 돌려서 최적의 결과가 나오는 세팅을 쓰기도 한다고 들었다. (“기획성공사례 : 서버프로그래머와 밸런싱 성공”이라는 제목의 글을 봤던 건데 지금은 원문은 없어졌나보다. 펌글이 보이긴 한다. '결과부터 말하지면 서버 프로그래머에게 밸런싱을 맡긴것은 최고의 선택이였고, 서버 프로그래머가 밸런싱을 담당한 이후로 게임내 밸런스는 매우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변해갔다. 기획자에게 맡겼다면 정말로 힘들었을부분이 서버 프로그래머에게 맡겼기 때문에 정말로 쉽게 해결되었다.'는 문장이 들어간 글인데, 해당 사례 자체는 기획자가 경험이 없고 프로그래머는 경험이 많았다는 건 감안해야 되겠다.) 시뮬레이션 방식 자체는 체계를 갖추고 진지하게 개발을 진행하는 곳에서는 다들 쓰는 방식인 것 같다. (“RPG 플레이 밸런스를 위한 리스크 분석 적용” (원문) 참조)
모바일에서는 쿠키런에서 그런 걸 본 적이 있다. 내가 매번 장애물에 부딪히는 지점이 있었는데 어느 날 패치가 되더니 같은 맵에서 다른 부분은 전반적으로 같은데 딱 그 지점이 살짝 깎여서 안 걸리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든 모든 개발사들이 사용자의 플레이를 분석하겠지만 최종적으로 그 맵에서 플레이가 가장 많이 중단되는 지점을 찾아서 사용자가 게임을 이어갈 수 있게 (하지만 너무 간단하지는 않게) 조정을 해냈다는 점에서 쿠키런 제작사를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요즘은 토이 블래스트라고 (수족관 게임에서 줄창 광고를 보다가 시작한) 퍼즐 게임을 자주 한다. 보편적인 블럭 맞추기 게임에 특수 블럭을 단계마다 넣어서 계속 변화를 주고 재미를 유지하는 건데 하다 보면 쉽게 넘어가는 부분도 있고 어처구니 없이 모자란 상태에서 죽기도 하고 혹은 조건에서 한둘 정도가 부족하게 죽기도 한다. 연달아 몇 판을 하다보면 그 판에서 요구하는 진행방식이 뭔지를 인지하게 되고 그 패턴에 맞춰서 게임을 하면 대체로 길어도 이틀 정도면 다음 판으로 갈 수 있다.
그러다 의문이 들었다. 게임이 한두 판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끝판까지 간 사람들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계속 판을 추가해야 하는데, 제작사는 과연 추가한 판을 정말로 깰 수 있는지 어떤지 어떻게 알지? 윈도우에 기본 포함되었던 게임인 프리셀 중에는 여러가지 초기 배치가 있는데 11982번은 깰 수 없다는 게 증명되었다고 한다. 모든 게임을 그런 식으로 미리 계산해볼 수 있을까?
하긴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분명 게임에는 난이도 선택이 있다. 장르마다 특성이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퍼즐 게임이라고 해서 전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시각적 검사 기계화
안 읽고 묵혀둔 글 중에 디자인 어쩌구 하는 것들을 추려서 그 사이 낡았거나 관련성이 떨어진다 싶은 걸 정리했다.
그 와중에 자주 보이는 주제가 있었다. ‘~에서는 이렇게 디자인 해라 / 하지 마라’며 지침서를 자임하는 내용. 읽어보면 다들 좋은 말이다. 행간을 잘 구분해서 읽기 좋게 하고 네모와 동그라미를 같이 쓸 때는 시각적인 차이를 고려하고 그리드 배치가 어떻고 응답형이 되려면 어떤 패턴인 게 좋고 운운. 그걸 따르면 좋겠지만 막상 결과물이 그렇게 다 맞춰지긴 어렵다.
애초에 그걸 사람이 하나씩 기억해서 맞출 게 아니라 작업 도구가 보조해줘야 맞잖은가.
예시라고 하긴 모자라지만 맥 환경의 파워포인트에 해당하는 키노트의 경우에 뭘 하나 마우스로 끌어서 움직이면 주변의 다른 것들과 수직 혹은 수평에 가까워질 경우 노란 실선으로 일치되었음을 알려준다.
또, 아주 고급 편집기라고 할 수 있는 IDE라는 도구에는 글자를 잔뜩 쳐야 할 때 현재 문맥에 맞는 일종의 단어 후보들을 보여주거나 아예 문장 구조를 미리 맞춰서 그 안에 단어만 끼워넣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같은 단어를 쓰는 다른 단락을 찾아 보여주거나 하는 것도 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서 검색을 해보았다. 그래, 구글이 있었지, 참.
설명을 보면 시각적인 면을 세세하고 화려한 수준까지는 검토하지 않는 것 같다. 구글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디자인을 시각적인 면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라면 구글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 기계적으로 결과물에 대한 시각적으로 복잡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색 배합의 경우엔 적절한 색상을 제시해주는 도구가 많이 나와 있다. 사람이 만든 색 배합이 얼마나 좋고 나쁜지 사후 평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가령 폰트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글자가 인쇄된 종이를 잘라서 직접 배치해보는 훈련 등으로 여백(흰 공간)을 적절히 분배시키고, 조절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말이지만 그걸 매번 작업 때마다 사람이 ‘서체마다 값이 다르기 때문에 문자의 조합을 전부 눈으로 검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엑센트나 예외의 변수가 생기면 그 경우의 수가 훨씬 늘어나서 한 벌의 서체를 만드는데 보통 6개월에서 1년의 기간이 소요’되게 하는 건 너무했다. 당신이 눈으로 보고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걸 당신이 매일 쓰고 있을 컴퓨터는 훨씬 빨리 더 정확하게 해낼 수 있다. 그런 거 하려고 인류가 그 기계를 만들어낸 거다. 일을 시켜라.
iKern이라는 프로젝트를 보면 자동 커닝을 처리하고, https://github.com/google/fonts/blob/master/ofl/cabin/METADATA.pb 에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 동작하는 결과물도 나와 있는 것 같다.
지켜야 할 원칙을 나열할 수 있다면, 애초에 모든 중간 과정이 디지털 기기 안에 논리적인 계산기로 처리되는 이 시대에 그 원칙 자체도 과정의 일부로 포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래라 저래라 하지만 말고 그럴 수 있는 작업 도구를 만들 궁리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