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4일 화요일

Be My Eyes

https://www.bemyeyes.com/

시각장애인과 정안인을 연결해준다는 취지의 서비스이자 폰에 설치되는 앱.

이런 게 있다는 소식을 들은지는 오래 되었는데 제대로 통화를 한 적은 여태 고작 두 번이다. 처음엔 영어, 신발인가 옷인가 색을 봐달라는 게 첫 통화였는데 그때는 영어 쓰는 사람이기도 하고 용건도 간단해서 통화가 금방 끝났다.

약간의 뿌듯함을 기억하고 다음 통화를 기다렸지만 서비스 초반이라 그런지 아니면 워낙 서비스 원산지랑 멀리 떨어져서 그런지 연락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 연락이 들어왔는데, 전화기를 들고 헬로 여보세요를 몇 번이나 해도 저쪽에는 내 목소리가 들리질 않는지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 뒤로 두번쯤 그런 일이 더 있었다. 전화기를 바꿨는데 아무래도 (아이폰에는 용도별로 여러 마이크가 있다고 하던데) 영역별 마이크 중에 이 앱이 쓰는 마이크가 고장인 듯 했다. 시리를 불러도 인식을 못 하고, 행복한소리라는 앱에서 목소리 녹음을 해도 모기 소리보다 작게 녹음되는 걸 보면 짐작이 틀린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연락이 들어와도 받질 않았다. 이어폰을 쓰지 않고서는 통화가 안 되는데 평소에 이어폰을 잘 들고다니질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방금 연락이 들어왔다. 마침 집이었고 마침 이어폰이 눈 앞에 있었다. 받아보니 화면이 검게만 나와서 통신상태가 안 좋은가 하고 인사를 해보았더니 목소리는 잘 들렸다. 약간 왜곡되는 목소리이긴 했지만 전화통화도 상태 안 좋을 때는 그 정도는 하니까.

용건은 쇼핑몰 사이트에서 비밀번호를 바꾸고 싶다는 것. 처음에는 얼김에 잘못 알아들어서 비밀번호 찾기 화면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계정과 비밀번호는 알고 있는 데서 비밀번호를 바꾸고 싶다는 거여서 절차를 밟아갔다. 사실 이런 걸 대신 해줘도 되나 싶은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었는데, 기왕에 계정이며 비밀번호를 알고 있고, 휴대폰 본인인증 문자도 불러줄만큼(문자 불러주는 목소리가 어딘가 어색했는데 기계음이었던 걸까?) 상황은 되었으니 별 문제는 안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용무가 끝나고 통화를 마칠 때는 서로 허허 웃으면서 끝났다. 다음에 혹시 연락이 닿으면 또 통화하자면서.

그래도, 혹시 정말 진짜 모르니까, 이로써 내가 어떤 나쁜짓에 연루되었다면 그건 나의 호의와  멍청함에서 비롯한 것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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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0 통화가 들어온 알림을 의도치 않게 눌러서 급하게 이어폰을 찾아 꽂았다. 그 사이 상대방의 화면과 음성은 정상인 걸 확인했었고. 근데 갑자기 통화가 끝났다. 화면 안내에 뜬 문장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상대방이 끊었다는 의미로 기억한다. 아마도 부부가 전화해서 여성쪽이 '자기'라 불린 남성한테 나랑 얘기하라고 넘기는 과정에서 (여기까지 들었다) 터치를 잘못 해서 끊기지 않았을까 싶은데, 정안인도 자주 하는 실수니까 정말 시각장애인이면 그러기가 매우 쉬울 테지. 잠깐 기다려봤지만 같은 호출이 다시 들어오진 않았는데 부디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서 용건이 잘 해결되었기를 빈다. 잠깐 본 화면으로는 통신사 모뎀 같은 게 보였으니 아마 선 연결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2018년 9월 1일 토요일

로봇청소기의 귀소기능을 장애인 보조기구에

2018년 드라마 라이프 1화에 장애인이 집으로 돌아와 자기 한 몸 누이는 장면이 나왔다. 여러 물건이 있어야 할 자리로 정돈되는 게 다른 동거인의 손을 거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로봇청소기가 제 자리를 찾아가듯이 휠체어 같은 보조기구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면 좋겠다.

하지만 이내 부질없는 생각이다 싶어졌다. 휠체어가 자유로이 움직이려면 문턱이 없어야 하고 적당한 행동반경이 보장될만큼 생활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배리어 프리하면서 충분한 공간을 지닌 주거환경이 흔한 게 아니지.

장애인이 멀쩡한 직업을 가지고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것도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리라. 잘은 몰라도 취업은커녕 혼자를 건사하는 것도 힘들어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 그리고 그 보조인은 가족구성원이기 십상일 테고. 둘이 벌어도 모자랄 시대에 둘이서 한 사람 몫의 경제활동도 하기 힘든 상황이니 형편이 좋을 리 없고. 넓직하고 매끈한 집안이라는 게 과연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전동 휠체어란 또 얼마나 비싼 물건이겠는가.

그래도 여전히 소위 ‘스마트’ 기기가 장애인 보조기구의 세계에 접목되는 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이동이 힘든 장애인이 집에 불이 났는데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다. 어떤 식으로든 그런 죽음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