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는 살인이다" 노동운동의 자리에서 자주 보이는 구호다.
학교에서 내가 배운 의미는 이렇다. 사람들은 (자본가가 아닌 이상) 스스로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서 생활하는 임금노동자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임금을 획득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죽으라는 얘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해고는 (여기에 몇 단계가 들어가고) 살인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투쟁의 자리에서 저 구호를 접하고 조금 곤혹스러웠다. 문면 그대로 해석하자면 실은 일자리가 없다고 당장 죽지는 않잖는가? 아마도 먹물이 든 전략가의 머리에서 나온 구호일 거라고 생각했다. 저 구호가 지닌 내면의 논리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수긍할 수 있는 얘기니까.
하지만 투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구호이리라 생각한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도 않고, 듣는 사람에 따라 곡해할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
운동의 내부 논리가 외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 본인은 스스로의 논리를 정연하게 정리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저마다 욕구도 조금씩 다를 것이고, 언론들은 어디도 노동자의 형편과 사연을 소개하지 않고 그냥 교통불편과 폭력사태가 있었다고 보도할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