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8일 목요일

리눅스에서 스팀, 에픽 게임이 된다고?

Fedora Asahi Remix를 통해 M1에 리눅스를 깔아서 쓰면서, Asahi Linux 팀의 소식을 접할 때 '그래픽 드라이버가 많이 발전해서 이제 게임 성능이 아주 좋아졌어요!' 같은 내용을 비교적 자주 보았다.

물론 스팀OS 같이 비-윈도우 환경에서 게임 기동이 된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Wine이니 CrossOver니 하는 예전의 경험들 때문에 그 과정을 직접 하는 건 아주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해 시도도 안 했고 게임이라는 건 응당 윈도우로 부팅해서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재부팅을 한 번 할 때마다 시간도 걸리고 번거로운 점들이 있어서, 기왕에 아사히 소식을 통해 '스팀을 깔면 된다'더라 하는 얘기들도 있어서 시도를 해봤다. 그리고 마침내 나도 재부팅 안 하고 어지간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스팀은 애초에 우분투에는 정식으로 APT 저장소가 있고, RPM 쪽도 저장소가 있는 것 같은데 아사히에는 아사히 팀이 직접 관리하는 저장소가 딸려온다. 에픽은 https://github.com/Heroic-Games-Launcher/HeroicGamesLauncher 라고 이름이 살짝 다른 구현체가 존재한다. (GUI는 heroic, CLI는 legendary라는 이름인 게 매력 포인트)

M1의 aarch64 아키텍처는 스팀이 지원하고 에픽은 amd64만 된다. 스팀에서 기나긴 다운로드 시간을 감수하고 몇 가지를 깔아봤지만 규모가 크다 싶은 게임은 그래픽 문제보다는 메모리 문제로 뜨다가 갑자기 끝나버린다. 스팀 OOM이 명시적으로 뜨는 경우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아사히 블로그 글에도 보면 에뮬레이션 비용이 더 들다보니 16기가 램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나의 작은 M1은 기본형 8기가 램.

 

그래서 나는 서버로 쓰던 amd64에 스팀과 히로익을 모두 깔아보았다. 램도 그래픽 자원도 풍부하다. 서버 프로세스가 바쁠 때 영향을 받아서 좀 밀린다는 것과 게임용-윈도우가 SSD인 것에 비해 디스크 읽기가 현격히 느려서 로딩이 하세월이라는 것 정도가 아쉽다. 예전 어딘가에서 전설처럼 들은 '서버실 성능 좋은 머신에 가상머신으로 스타 여러 개 깔아서 하고 있더라'는 일화가 생각난다.

또 나는 게임에 트레이너 도움을 받는 걸 즐기는데 https://github.com/DeckCheatz/wemod-launcher 라고 아예 스팀 아래에 트레이너를 끼워넣어서 같이 띄워주는 구현체도 있길래 이 역시 적용했다.

여기까지 프로젝트를 끌고 온 사람들 모두 대단하다. 복어회를 먹기까지 끝없는 시행착오를 반복했을 그 끈기가 여기에도 적용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