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시, 브래지어 풀지 마세요"라는 기사 제목을 접했다. 그 아래에 "여성 심정지자, 신체 노출 등 우려 감안"이라고도 적혀 있다.
상식적으로 선뜻 납득이 되질 않아서 가이드라인 원문을 찾아봤다. 영유아 절은 따로 있지만 여성은 따로 제목은 붙지 않고 제세동기 설명하면서 두 문단이 들어가 있다.
가이드라인에 적힌 문장만 보면 '브래지어 제거로 인해 가슴을 드러내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부적절한 접촉과 성폭행으로 오해될 것을 두려워한다고 조사'라는 문장만으로는 정확히 무슨 연구에 근거해서 '브래지어를 반드시 제거할 필요는 없다고 권고'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옆에 "3,12"라고 윗첨자로 붙은 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해 못했다)
그래서 캡쳐를 다시 OCR로 읽어서 참고문헌이 뭔지 찾아보라고 제미니한테 시켰다. (내가 미리보기 기능으로 먼저 접해서 이미지로 나왔던 거고 사실 PDF 원문은 텍스트 복사가 되는 문서여서 OCR을 돌릴 표까지는 없었다)
그래서 나온 링크는 3개.
- https://doi.org/10.1161/CIRCULATIONAHA.118.037692
-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3.21783
- https://doi.org/10.1016/j.resuscitation.2015.09.026
마지막 129번은 금속 같은 게 남아있을 때 제세동기가 문제가 되는지 연구한 거라서 관심 거리는 아니다.
127, 128번이 걸리는데, 둘 다 제목에 bystander가 들어간다. 병원이 아니라 밖을 지나가다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졌을 때 옆에 있던 사람이 주체가 되는 연구인 거다.
127번은 아예 제목에 '대중의 시각'이 들어가서 이를 테면 '보통 사람들이 여성 대상의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해봤다' 정도가 되는 연구다. 여성 스스로의 생각이 주제가 아니다.
128번은 심지어 연구자들이 일본 이름이다. 당연히 연구도 2005년부터 2020년까지의 일본 자료로 진행됐다. 경직된 일본 사회 분위기가 녹아 들 수 밖에 없다.
The barriers to receiving public access defibrillation and bystander CPR among younger females with OHCA should be addressed, and findings of this study suggest that addressing this problem can improve neurological outcomes for this population. These barriers are assumed to be anxiety over the potential allegations of inappropriate touching, sexual assault, or inflicting harm due to the physical vulnerability of female bodies as well as the misconceptions surrounding female persons experiencing medical emergencies.29 These factors may prevent bystanders from providing necessary lifesaving interventions to females.29 Eliminating these barriers requires legally protecting bystanders’ reasonable lifesaving actions, allowing them to help patients with OHCA without fear of being sued or penalized for mishandling. The Good Samaritan concept should be widely promoted within communities, and public education on resuscitation should be provided.
(29 링크가 위의 127번 참고문헌이다)
128번 참고 문헌으로 붙은 이 연구는 결국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오해를 사거나 성폭행이거나 신체적 약자에 해를 입히는 걸로 오해 받을까봐' 걱정하는 타인의 시선이 오히려 요구조 여성에게 의료적인 도움을 줘야 하는 데 방해가 된다 말하며, 이런 오해를 줄이고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으로 돌아와, 원래의 문장을 다시 읽어봐야 한다.
자동제세동기 적용을 위해 여성 환자의 브래지어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여성들은 일반인 제세동 프로그램에서 자동제세동기 적용률이 낮을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127 (왜냐하면 여자가 쓰러졌을 때 옆에 있던 사람들이 조치해주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심폐소생술 중 브래지어 제거로 인해 가슴을 드러내는 것을 (조치해줘야 하는 옆 사람들이) 불편하게 여기고, 부적절한 접촉과 성폭행으로 오해될 것을 (조치해줘야 하는 옆 사람 본인들이) 두려워한다고 조사되었으며, 일반인 제세동 프로그램에서 (조치해줘야 하는 옆 사람들 생각에) 여성에 대한 자동제세동기 적용 의지가 낮을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128
이렇게 뜻을 밝혀 읽어본다면, "여성 심장정지 환자에게는 브래지어를 풀거나 제거하지 않고 위치를 조정한 뒤에 가슴조직을 피하여 자동제세동기 패드를 맨 가슴에 부착할 것을 제안한다(전문가 합의 권고)."라고 2020년까지는 없던 내용을 2025년 지침에 추가한 건 '제발 엉뚱한 거 신경 쓰지 말고 당장 사람이 쓰러졌으면 도와주세요 제발 좀'이라는 절박한 선언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언론은 그런 거 필요없이 자극적인 제목만 뽑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여성이 가슴 노출을 꺼린다'고 생각하고 어떤 관념적인 '여성'을 향해 비아냥거리고 욕한다.
제발 전문가들이 '이번 지침에 오해가 있더라'며 누가 잘 설명을 좀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