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드라마 라이프 1화에 장애인이 집으로 돌아와 자기 한 몸 누이는 장면이 나왔다. 여러 물건이 있어야 할 자리로 정돈되는 게 다른 동거인의 손을 거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로봇청소기가 제 자리를 찾아가듯이 휠체어 같은 보조기구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면 좋겠다.
하지만 이내 부질없는 생각이다 싶어졌다. 휠체어가 자유로이 움직이려면 문턱이 없어야 하고 적당한 행동반경이 보장될만큼 생활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배리어 프리하면서 충분한 공간을 지닌 주거환경이 흔한 게 아니지.
장애인이 멀쩡한 직업을 가지고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것도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리라. 잘은 몰라도 취업은커녕 혼자를 건사하는 것도 힘들어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 그리고 그 보조인은 가족구성원이기 십상일 테고. 둘이 벌어도 모자랄 시대에 둘이서 한 사람 몫의 경제활동도 하기 힘든 상황이니 형편이 좋을 리 없고. 넓직하고 매끈한 집안이라는 게 과연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전동 휠체어란 또 얼마나 비싼 물건이겠는가.
그래도 여전히 소위 ‘스마트’ 기기가 장애인 보조기구의 세계에 접목되는 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이동이 힘든 장애인이 집에 불이 났는데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다. 어떤 식으로든 그런 죽음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